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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2012년 (주)한화의 금요일 저녁 올빼미 배임 공시 사건

by 은빛공원 202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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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3일 금요일 저녁 지주회사 (주)한화는 아래의 횡령/ 배임혐의 발생 공시를 올린다.

 

횡령ㆍ배임혐의발생
1. 사고발생내용 당사 임원인 김승연, 남영선 외 3명의 한화S&C㈜ 주식 저가매각을 통한 업무상 배임혐의 공소 제기
2. 횡령 등 금액 혐의발생금액(원) 89,921,200,000
자기자본(원) 2,318,346,224,564
자기자본대비(%) 3.88
대규모법인여부 해당
3. 향후대책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배임혐의로 기소를 하였으나,
위 혐의 내용 및 금액은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본 혐의와 관련하여 대상자는 재판 등의 절차를 통해
대응할 예정입니다.
4. 발생일자 2011-01-29
5. 확인일자 2011-02-10
6.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 -위 혐의의 사실여부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될 것
입니다.

-상기 '2. 횡령 등 금액' 중 혐의발생금액은 서울서부
지방 검찰청의 공소장에 기재된 금액입니다.

-상기 '2. 횡령 등 금액' 중 자기자본은 2009년 12월말
기준입니다.

-상기 '5. 확인일자'는 공소장을 수령하여 확인한 일자
입니다.

-추후 진행사항 및 확정사실 등이 있을 경우, 관련사항
을 공시하겠습니다.
※ 관련공시 -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발생일자, 확인일자와 공시일이다.

2011년 1월 29일 발생한 사건을 1년이 지난 2012년 2월 3일에 공시한 것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상장(KOSPI) 규정에 따르면 대기업은 자본의 2.5%이상, 중소기업은 5%가 넘는 금액의 횡령/ 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이를 확인한 때에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확인한 일자는 공소장을 수령한 2011년 2월 10일이다. 따라서 공시의무를 위반하고, 1년 뒤인 2012년 2월이 되서야 이를 공시 한 것이다. 당시 한화그룹은 거래소 규정 개정 미숙에 따른 실수로 해명했다.

 

2011년 4월까지는 자본 대비 2.5% (중소기업은 5%) 이상의 횡령이나 배임으로 판결된 시점에 공시를 해야했으나, 2011년 4월부터는 규정이 개정되어 판결이 아니라 -> [확인된 시점] 으로 규정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법원 판결이 언론에 보도되며, 거래소가 회사에 공시하라고 요구하여 공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공시를 진행하다보면 수정사항이 발생하거나 공시가 몰리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새벽공시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속사정이야 알 수 없겠지만, (주)한화는 금요일 18시 이후 새벽공시를 감행한 것이다. 

 

당시 사건의 파장은 엄청났다. 공시 금액이 약 900억원으로 상당해 舊 상장폐지심사 대상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들은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한화가 곧 상장폐지가 될 것 처럼 난리였다. 現 상장적격성실질심사 (舊 상장폐지심사) 는 바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1차 심사] 이다.

 

그러나 한화의 해프닝을 통해 여론이 악화되자, 2013년 5월부터 당시 이름인 상장폐지심사를 상장적격성실질심사로 이름이 바꾸었다. 한화 해프닝 때의 여론 악화를 경험삼아 이름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개정한다는 취지 였다. 당시 거의 사상 최초로 대기업이 이러한 공시를 띄우자 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우려로 현재의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이 될경우 거래가 정지되고, 사유발생일로부터 15영업일 내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기간은 15영업일 추가로 연장할 수 있어 총 30영업일까지 조사가 가능하다. 실질심사대상으로 결정을 하게 되면, 해당 통보일로부터 20일 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나, 해당 법인이 통보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해당 제출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 종사자들은 당시 사건을 기억하겠지만, 보통의 상장적격성실질심사 절차와는 달리 거래소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하여 일요일인 2월 5일 관련회의를 열어 거래 정지 없이 2월 6일 거래를 재개하였다. 한화그룹은 일제히 폭락하였다. 이후 배임금액은 6,400억원까지 불어났다.

 

개인적으로는 1) 규정 숙지에 미숙했다는 한화의 주장이나, 2) 상장적격성실질심사를 일요일에 열었던 것은 여론과 소수주주의 권익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었다는 거래소의 입장에 동의한다.

 

1) 공시에 누구보다도 가장 민감한 대기업일지라도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2) 한화가 거래중지가 되었어도 단지 주식을 보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오너 일가에게는 어떠한 특혜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인식한 뒤의 올빼미 공시에 대해서는 한화의 전략적인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거래소는 2012년부터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심사결정을 빨리 내리는 약식심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얼마전인 2022년 12월부터 거래소의 상장적격성실질심사 제도 변경안이 새롭게 시행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떠들썩 했던 2022년 초 횡령 공시와 함께 또 한번의 대대적인 제도 변경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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