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권 사람들이 증권사, 운용사 사람들을 만나면 깜짝 놀라곤 한다.
한참은 어려보이는데 운용사의 경우에는 상무, 증권사의 경우에는 부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방침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 30대 후반 부터는 죄다 명함상으로는 부상 이상의 직급이라고 보면 된다. 제조업의 시각에서는 모두 초고속 승진에 잘나가는 사람으로 보인다.
제조업계를 포함한 고객들은 금융업계 영업맨을 보며 아니 벌써 부장이냐며 벌써 이사냐며 축하하면서도 반문한다. 금융업계는 기본적으로 영업조직이기 때문에 허세가 있다. 잘나가는척을 해야 몸값이 높아지고, 고객이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VC, PE 등 돈을 쏘거나 다루는 금액이 큰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일수록 폼생폼사이다. 리서치 업계도 마찬가지이다. 나 돈 좀 있다, 돈 좀 벌었다는 느낌을 줘야 돈이 따라 온다. 반면, 전형적인 fee 비즈니스인 IB 업계는 가난하고 불쌍한 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재밌는 현상은 금융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운용사, 증권사 프론트 부서 (=돈을 벌어야 하는 부서)는 모두 영업 부서이다. 영업을 잘하려면 높은 직급의 사람들을 공략해야 하고, 나이 든 사람들을 공략해야 한다. 증권/ 운용업의 한단계-두단계 직급 인플레이션은 여기서 기인한다. 때로는 내부직급과 다르게 명함만 한단계 올려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 또한 컴플라이언스 상 이슈가 없이 허용된다.
직급연차도 천차만별이다. 입사하자마자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원, 주임, 대리로 나뉘는 것은 물론
사원 3년 - 대리 2년 - 과장 3년 - 차장 4년 등 숫자 연차는 가지각색이며, 특진이 있는 곳들도 있고, 승진은 팀장과 본부장 마음인 곳도 있다.
주임, 과장, 부장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부서장
사원, 대리, 차장, 부부장, 부장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이사
사원, 대리, 차장(팀장), 부장
사원, 대리, 차장, 부장, 팀장 으로 가는 곳도 있듯 회사별 방침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일반적인 제조업의
사원(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중
과장 또는 차장 중 한개만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각 연차 기간이 무척 짧다. 작은 운용사일수록 직급 인플레이션은 훨씬 심하다. 운용사는 증권사나 LP를 상대로 더 절박하게 영업을 해야한다. 소형 운용사는 소수 정예이다. 소수가 못하면 바로 망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30대 중반인데도 이사, 상무가 허다하다. 운용사는 라이선스 취득이 증권사 보다 매우 쉽다. 그래서 그만큼 많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 금융사업을 하면 그게 PE, 자문사, 운용사이다. 내가 금융회사를 차려 친구를 고용해서 상무 직함을 주면 그게 바로 상무다. 운용사는 증권사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회사이다. 운용사는 증권사보다 실적에 훨씬 더 절박하다. 운용사는 작은 이익에도 목숨을 걸고 일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 보다 더 인맥으로 채용부터 모든 프로세스가 돌아간다.
운용사는 증권사보다 부의 집중도가 심하다.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건 프로젝트 펀드를 운용하건 성과/ 운용보수는 결국 오너와 소수의 창립자에게 돌아간다. 중소형 운용사일수록 LP영업과 투자 의사결정은 하이레벨의 몫이다.
아래 직원들은 철저히 딜 소싱을 위한 또는 페이퍼 워크를
위한 부품으로 활용된다. 운용사 직원들은 증권사보다 소수인 관계로 더욱더 필사적이길 강요받는다. 그러나 ‘그들’에 끼지못하면 상대적 비교에 따른 심리적 박탈감은 더 크다. 운용업계가 증권사보다 인센티브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이 더 잦은 이유이다. 운용업계도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대형일수록 기본급이 높으면 안정감이 있고 네임밸류가 좋으나 인센티브의 상한선이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대형 운용사는 대형 증권사보다 더욱더 부품처럼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금융회사의 직급 인플레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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