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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야기

증권사 IB 계약직 채용 이유

by 은빛공원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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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IB는 모두 계약직이다. 신입 공채로 들어오더라도 일정 기간 (3-7년) 까지만 정규직으로 일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대리 (4년차) 때부터는 계약직으로 전환한다. 이직시에는 무조건 계약직 채용이다.

이는 IB부서 뿐만 아니고, 돈을 벌어야 하는 프론트 부서 대부분 (사실 모두)이 그렇다. 증권사가 프론트 부서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내부 연봉 테이블 보다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같은 회사더라도 시니어 레벨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내가 본 동일 년차의 시니어들의 연봉차이는 영업부서의 겅우 많게는 3-4천만원,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의 경우 수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물론 이는 그간의 커리어와 실력과 협상의 결과이다. 정규직 백오피스가 10년차 6,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다고 해도, 몸값이 비싼 타사 RM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내부 규정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 몸값이 비싸다는 건 철저히 수익 창출 능력과 비례한다.

그렇다고 10년차의 연봉 테이블을 6,000-2억원으로 내부 규정을 정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본인이 회사에 몇십억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혹은 그 이상의 무형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후 5억원의 연봉을 주고 영입해온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찍이 계약직을 만들어 내부 연봉 테이블을 무시하게 되었다.

2) 가장 중요한 이유: 해고가 쉽기 때문이다.
올해 여의도 부동산금융 업계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금리가 오르며 전단채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자 부동산pf는 적자 프로젝트로 돌변 하였다. 중소형사 뿐만 아니고 일부 중대형사들 조차도 최소 사후 관리 인력을 제외하고는 그간 수십억원을 벌어다 주었던 임직원 들을 많이 내보냈다. 계약직은 대형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평상시에는 해고 당하지 않는다. 실적 부진자도 성실함만 입증되면 몇년은 기다려 준다. 몇년간 토탈로 적자더라도 계속 기다려준다. 그러나 사업부문이나 본부가 적자가 나고, 업황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칼을 빼든다. 증권사는 전형적인 사람 비즈니스 이다. 많이 벌때는 사람이 귀하지만, 못벌때는 사람이 하찮다. 증권사에서 나가는 돈이라고는 인건비, 점포비, 법카비, 통신비, 교통비, 전기세, 인쇄비 뿐이다. 많이 벌땐 많이 주는 중소형사가 못벌때는 대형사 보다 칼날이 훨씬 더 무섭다. 기업금융은 부동산금융보다 많이 벌지 못한다. 대신 대형사와 기업금융은 안정적으로 길게 갈 확률이 높다.

3)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프론트 임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낮다. 돈을 주는 곳으로 언제든 떠난다는 스탠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탠스는 갈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임원들 보다는 3-10년차 주니어, 시니어RM들이 그렇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퇴직금, 명퇴부터 해서 복잡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정규직으로 고용을 해도, 경력직들은 5년내로 다 떠나간다. IB는 늘 경력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 IB는 경력 비즈니스이다. 특정 가이드 북이나 설명서 책을 읽고 뚝딱 해결되는 일이 없다. 늘 법규와 예외의 사고에 긴장한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가짜 IB 경력을 가진 인력이 많다. 경력은 13년차인데, 실제 IB경력은 3년도 안된다. 부동산 쪽에 최근 신규 인력 유입이 엄청나게 들어오며 말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이런 커리어 전환을 한지 얼마 안된 분들중 겉멋든 분들을 많이 봤다. 나처럼 신입때 부터 바닥에서 욕먹으며 고생한 친구들이 근성이 있는 것 같다.

진짜 IB 경력을 가진 경력직은 오랜기간 실무와 실적에 허덕이다 여의도 바닥을 떠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5-10년차는 여의도 어디에나 늘 자리가 있다. 그것도 나름 원하는 몸값으로 이직할 수 있다. 특히, 영업력이 있는 시니어 RM은 부르는게 몸값이다. 나는 인센티브로 승부하는 IB 업계에서도 기본급 1.5억원 이상의 시니어 RM들을 다수 보았다. 다만, 그들은 각 회사의 사정에 맞게 만족하며 남아 있는 것이다. 이직은 새로운 적응과 정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40 늦어도 45전에는 승부를 볼 회사에 정착하여야 한다.

4) 역설적이게도 고용도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사람이 귀한 여의도이지만, 그만큼 돈을 주면 쉽게 사람을 빼올 수 있다. 처음에는 약간의 돈으로 꼬시다가 한계니즈가 맞는 선에서 돈을 주어 쉽게 채용 할 수 있다. 결국, 불황기에는 일단 해고하고, 활황기에는 조금 많은 돈(회사 입장에서는 푼돈) 을 주더라도 빨리 고용하면 된다는 계산이 선다. 증권사는 사람 빼가기를 막기 위해 시장상황에 맞게 못나갈정도의 기본급과 실적에 맞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럼에도 급할 경우 오버페이를 하기도 한다. 여의도 증권가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가장 실력(=실적) 에 따른 대우를 받는 곳이다. 이에 여의도 주식회사라는 말이 있다. 여의도는 결국 한 회사이며 그 안에서의 이동은 부서이동이라는 농담이다. 10여년간 여의도에서 생활하며 이 말은 사실임을 느꼈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IB업계에는 비밀도 없고 이직도 자유로운 대신, 어느 업종보다 탐욕스럽다는 걸 특히 요즘 많이 느낀다. 인류애는 호황과 불황 때 무너지기 마련이다.

5) 대형증권사, 금융계 증권사의 정치구조 때문이다.
대형사나 금융계 증권사의 경우 공채 중심의 정치 역학 구조가 깔려 있다. 이들은 프론트 부서를 회사 수익 실현의 도구로 인식한다. 오너를 보좌하는 백오피스 부서들과 C-level을 비롯한 대표이사들은 프론트 부서를 철저히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본다. 영업은 힘들고 고되고 어렵다. 고된일은 계약직으로 요약되는 용병에게 넘기는 대신 이들은 금융업의 평균 연봉을 적용받으며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회사를 다니길 원한다. 이들은 내부에서 정치를 통해 여러가지 정보를 가지고 신입사원 때 부터 커온 원맨이다. 공채 출신 원맨은 철저히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가지고 충성한다. 이들은 철저히 전사적인 경영/ 관리 관점에서 적절한 수익 창출 도구를 잘 활용하고 배분하며, 언젠가 도구가 망가져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도구를 폐기 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특히, 오너가 없거나 사실상 없는 증권사가 좀 더 그런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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