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연봉 1억만 찍으면 세상에서 가장 잘나가고 세상 모든게 내것 처럼 보일 줄 일았다. 그러나 아니다. 살아보니 직장인의 월급은 투명하고 무척이나 귀엽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돈은 벌수록 끝도 없이 더 벌고 싶다. 자본주의는 무섭다.
2010년 첫 인턴 월급 128만원에 나는 감동 했었다. 이렇게 큰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하며, 손을 떨며 몇년간 갖고 싶었던 20만원 짜리 줄로 된 이어폰을 샀던 기억이 난다. 이후 시간이 흘러 연봉 1억원 이상을 대리 1년차 (총 경력 5년차)인 2016년에 찍었다. 당시 물가를 감안했을 때 지금 1억보다는 훨씬 값어치가 높았다. 당시 억대 연봉자는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다. 그러나 막상 받아보니 직장인 연봉 1억이라는 것은 별거 없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400만원 중반의 월급에 세후 인센티브 3천 몇백만원이 통장에 들어오자 그게 연봉 1억 2천이었다. 생각보다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대리때 부터는 100만원씩 쓰고 매달 300만원을 저축 했다. 인센티브도 모두 저축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통장 잔고는 귀여웠다. 그 후 나는 몇번 간의 이직을 통해 기본급도 많이 올리고, 성과급도 나름 두둑히 받았지만, 세금을 제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생각보다 직장인의 월급은 세금을 제하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프론트 업계의 연봉을 말하자면, 주니어 때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쳐 ‘평균 1억원-1,5억원‘ 으로 말해도 대체로 무방할 것이나, 시니어의 연봉은 정말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프론트 업계는 시니어 레벨 부터는 실적에 따른 편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우선은 전개를 위해 간략하게 평균 ‘2억원-3억원’으로 정의 해두겠다. 나는 한국에서는 가장 <기본급>이 높은 직장 중 한 곳인 리서치센터에서 2011년에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시니어 애널리스트인 사수의 연말 정산을 대신 해주다가 본 월급은 1,500만원 가량 이었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었다. 대략 기본급으로 따지면 2억 중후반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시 시니어 애널리스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고, 경력은 17년차 였다. 당시 집값을 고려 했을 때 이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고소득자 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당시 잘나가는 시니어 베스트 애널리스트 연봉은 3-4억원 이었지만, 지금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몸값은 3억원 언더 선으로 2억원 중-후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위의 두 직군이 아마 증권가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고소득층 직군일 것이다. 최근 몇년사이에는 IB업계 몸값이 많이 높아졌다. IB 중에서도 부동산금융이나 중소형사 PI의 경우 최근 수억원 ~ 수십억원 씩 받는 임직원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는 우선 아웃라이어로 생각하고 논외로 해두겠다.
약 2-3억원 선의 연봉(기본급 + 성과급) 을 받는다고 했을 때, 금융소득은 제하고 생각해보면 매달 1,100 - 1,500만원의 월급 중 1,000만원을 저축한다고 하여도 10년을 모아야 12억원이다. 이는 심지어 시니어 연봉 기준이다. 주니어 때의 낮은 연봉을 고려한다면, 27살 취업을 가정해도 12억원을 모으려면 최소 15-20년은 걸린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에서 나름 많이 받는다는 직군의 현실이다.
자본주의는 무섭다.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은 계속해서 누적적으로 대물림된다. 지금 부동산 가격을 봤을 때 부모님의 도움 없이,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순간 무섭게 이자값이 이체된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는 모두에게 무척이나 괴롭다. 누군가는 어느 세대에서 자본소득을 따라잡기 위해 근로소득의 이자지출화를 감당해야 한다. 자본소득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어떤 세대가 근로소득의 이자지출화를 희생하여 후세대에게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이제는 근로소득의 이자지출화도 ‘기회’의 영역이 되었다. 기회라 함은 높은 연봉을 통해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이다. 금융으로의 종속화 기회이다.
심지어 위의 사례는 대한민국 1%이내 연봉 직장인 이야기이다. 요즘 화제인 한국의 2030의 높은 리스크 테이킹 성향, 비혼주의는 여기서 출발한다. 한국의 가장 문제점은 최근 10년 사이 ‘너무 급속도로’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을 추월해버렸다. 천천히 진행되었다면, 충격은 덜 했을 것이다. 물려받을 게 없다면 평균 임금을 감안 했을 때 한탕주의가 아니면 현재 격차를 도저히 따라잡을 방법은 없다. 2030은 그 기회를 얻은 선배들 조차 이자를 내고 나면 괴로워 하는 걸 보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철저히 자본주의의 깊은 이면 속 에서 진행된다.
자본주의에서 그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끝없이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 대물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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