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의 A증권사 백오피스 인턴 기간 중에도
또 다른 인턴 또는 정규직 자리를 구하기 위해 몇번간의 면접을 봤다.
기억에 남는건 약 5번 정도 였는데, 당시 팀장님께서는 근무시간 중에도 흔쾌히 면접을 허락해주셨다.
최종적으로는 소형사 IB부서 인턴과 중소형사 PI부서 인턴에 합격하게 되었다. 나는 중소형사 PI부서 인턴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직업이라는 것에는 운명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무수히 많은 탈락을 뒤로 하고 결국은 당시까지 본 면접 중에서는 최적의 인턴을 한번 더 하게 되었고, 그 인턴을 발판삼아 또다시 자리를 구해 결국 나는 취업을 하게 되었다.
증권사 신입 채용은 크게 대형사/ 중소형사 공채 (보통은 정규직. 프론트부서는 계약직도 있음)와 계약직자리로 나누어 진다. 일부 증권사들은 공채 채용 없이 신입을 바로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특히 리서치센터가 그런 경우가 있다
두 자리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1) 신입 계약직은 동기가 없다
2) 신입 계약직은 연봉이 공채대비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3) 신입 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고 계약직이다
4) 적절한 교육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공채 입사를 두번 하지 않는 이상 생애 한번만 존재하는 입사 동기가 없다는 것은 탐욕스러운 증권가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1) 보통의 금융권 인맥은 고등학교, 대학교와 동기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 중 동기는 좋은 인맥 확장 수단이다. 동기의 친구, 동기의 대학 선후배 등 도움을 받을 여지가 많다. 동기라는 이름하에 상사 욕을 하기도 한다.
2) 차별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계약직도 서러운데 보통은 몇백만원의 디스어드밴티지가 있다
3) 계약직은 금융위기나 경영악화기에 해고 가능성이 있다.
4) 공채는 연수원도 가고, 기업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지식과 충성도를 높이는 적절한 교육을 실시한다.
나는 2번의 인턴 후 리서치센터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이후 내부이동을 거쳐 IB로 오게 되었다. 중소형사는 공채수가 매우 적고, 대형사 대비 신입사원의 이직이 잦다. 공채끼리 끈끈하지 않다.
경력직으로 타사에 입사하면 싸늘하고 냉정한 평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대형사에 가면 그렇다. 대형사는 철저하게 공채 중심의 기업문화가 있다. 대형사 임원 명단을 보면 공채 출신이 많다. 혹은 몇번간의 이직을 거쳐 30대 전에는 정착한 분들이 많다. 백오피스가 우선 대부분 공채로 구성되어 프론트에까지 공채 중심의 문화가 영향을 미친다. 나도 모든 대형사를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공채 문화가 유명한 몇 증권사가 있다.
경력직 RM은 수익 창출면에서도 엄청나게 불리하다. 이직을 하게되면 이미 해당 기업을 담당하는 RM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럼 서로 고객사가 중복되지 않게 윗선에서 정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미 오랜기간 머물렀던 기존 RM에게 무게추가 기울 수 밖에 없다. IB 기업금융 업계에서는 시니어 RM이 되면 고객사 중복으로 이직이 쉽지 않다. 아무리 타사에서 실적을 많이 내던 경력직이라고 기존 고객사를 가지고 있던 RM의 내부 반발마저 이길 수는 없다. 부동산업계는 그런면에서 다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최근 IB 업계가 활황을 이루며 중소형사나 팀간 R&R이 명확하지 않은 일부 대형사의 경우 기업금융은 물론 부동산금융 쪽도 팀간 고객사 중복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인데 팀 이름은 다 다른 RM들이 제각기 영업을 하며 본인을 믿고 딜을 달라고 하니 혼선을 야기하는 상황이다.
주니어시절 중간에 대형증권사를 몇번 거치며 공채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대형사의 공채문화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자 상당한 문화 충격에 빠졌다. 마치 오로지 반이 1개뿐인 초등학교에 전학간 느낌이었다. 이직을 하면 어딜가나 텃세가 있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물론, 너무 성과를 내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내부 정치는 경력직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임원 승진도 마찬가지이다. 보통의 대형증권사는 철저히 공채 중심으로 정치판이 돌아간다. 대형증권사의 경우 외부의 실력 있는 인재가 들어와도 그 정치를 이기고 임원이 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나도 임원이 되지 못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임원 전 레벨에서 임원으로 이직하여 오는 경우 바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장수하는 사례는 드문 것 같다. 그러나 이사급으로 와서 아예 임원을 달지 못하는 것 보다는 이직시 처음부터 임원으로 가는 것이 차라리 마음은 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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