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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이야기

인턴에게 필요한 자세

by 은빛공원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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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직장은 증권사 백오피스 인턴이었다.

 

당시 팀장님은 임원 코스를 밟기 위해 해당 팀장으로 근무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몇년 뒤 임원이 되셨다.
팀장님은 따뜻한 분이셨다. 나를 포함 팀원들이 잘못된 말을 하여도 항상 끝까지 경청 하신 후 사실을 돌려 조심스럽게 말하는 스타일로 스스로 깨닫게 해주시는 분이었다.

당시 팀장님 포함 팀원분들은 부족하고도 부족한 사회 초년생 인턴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프론트 부서는 보통 외부 식사 약속이 많지만,
당시 내가 일 했던 부서는 백오피스 (후선 부서)인 관계로 점심은 거의 매일 팀원들이 모두 모여 같이 먹었다.

증권사는 점심시간이 부서마다 차이가 있다. 영업부서의 경우 보통 점심시간은 1시간 반- 2시간 선 이지만, 백오피스는 1시간을 엄격히 준수하는 곳도 많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성과만 좋다면 (=수익만 낸다면) 점심시간은 물론 출퇴근 시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곳도 있다.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아도, 성과만 좋다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당시 인턴이었던 나는 주어진 업무에 몰입하여 나름 열심히 일하였지만,
지금보면 정말 형편없는 결과물들을 제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님 포함 팀원분들은 내가 만들었던 형편없는 쓰레기 같은 결과물에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 주시던 좋은 분이셨다.

나도 일하면서 많은 인턴들을 보았다.
좋은 학교 출신의 인턴일수록 목이 뻣뻣하고, 자신감, 자존감이 높다.
누구의 아드님으로 인턴으로 온 경우에는 두가지로 나뉜다. 너무 공손하던지, 너무 목이 뻣뻣하던지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학교를 나오고 어떤 동아리를 했다고 해도 이미 몇년이상 오랜기간 일한 실무자가 보기에는 정말 허접한 결과물에 그친다.

인턴을 할 때는 이점을 반드시 알고, 항상 겸손하게 배울 자세로 임하는 Attitude가 중요하다.
일을 주시면 어떻게든 하겠다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Attitude가 안되어 있으면, 일을 주지 않는다.
같이 일해봐야 인턴이 자꾸 본인 의견만 내세우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생활 경험이 아직 없는 인턴들의 경우

선배를 대하는 말투나 눈빛 몸짓 하나하나에서 그간 살아온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태까지 실패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일 수록 더욱 확신에 찬 말투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은 다르다. 항상 배우겠다는 자세,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학창시절 처럼 A면 B이다 라는 일은 거의 없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거나 타인/ 타부서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다.

증권업 프론트는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늘 을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언제 약자가 강자가 될지, 을이 갑으로 커리어 전환을 할지 알 수 없다.

원래 직장에서 사람을 내보내려고 할 때에는 일을 주지 않는다.
본인이 혼나면서 일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보낼 예정이라는 뜻이다.

당시의 나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지대한 열정이 있었다.
이런 내 열정에 감동하셨는지 팀장님은 내가 공채에 지원할 경우 A 증권사 어떠한 부서에 추천하는 등 채용하실 생각도 잠깐은 하셨던 것 같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시지는 않았지만 은근하게 나를 떠보시기도 하셨던 것 같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족한 점도 많이 보여드렸고, 프론트 부서에 대한 관심으로 반문 하던 나에게 당시 인턴자리는 A증권사 채용이라는 기회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도 어느정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당시의 나는 사회성이 약간은 부족했다.
사회생활이라는게 잘났다고 다 되는게 아니고 일부러 모른척도 하고 틀리기도 하여야 하는데,
당시의 나는,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도 그런것들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는 첫 사회생활이었던 만큼 어떤 일에 있어서는 개념이 너무 없었다.
대신 때로는 너무 몰라 개념차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나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출근 후 몇일간 우리 부서 직원분들의 쓰레기통을 비웠던 기억이 난다.
보통의 회사가 그렇듯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분들이 쓰레기통을 치워주시는데도 불구하고 당시의 나는 아무도 시키지도 않는데 스스로 쓰레기통을 비웠다.

그 일화는 너무나도 특이했던 탓에 한 때 “요즘도 이런애가 있단 말이야?” 며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것 같다.
팀장님이 일부나마 나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셨던 계기였던 것 같다. 첫 인턴생활은 그렇게 5개월 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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