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증권사 이야기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이야기

by 은빛공원 2022. 12. 25.
반응형

2011년 2차례의 인턴을 거쳐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경제 상황이나 주식시장은 회복기에 들어서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업계를 떠났던 분들도 다시 자리를 구해 속속 복귀하며 사람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리서치센터는 애널리스트가 근무하는 곳이다. 처음 리서치센터에는 R.A (research assistant)로 입사하여 애널리스트와 1:1 또는 1:다수 애널리스트를 보조하게 된다. 약 2-4년이 지나면 섹터를 배정 받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를 업계용어로 애널리스트 데뷔라고 한다. 대형증권사는 섹터가 나도 외부에서 영입해오는 경우가 많고, 검증에 철저하여 RA로 입사하여 애널리스트를 하기가 쉽지는 않다. 대형사의 경우 애널리스트 데뷔까지는 3-4년정도가 소요된다. 사람이 없는 중소형사는 빠르면 1.5년-2년정도가 소요된다. 정답은 없지만, 요즘은 중소형사 RA로 입사하여 애널리스트 데뷔를 빨리 하고, 실력을 쌓아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이직을 하는것이 정석적인 코스인 것 같다. IB업계와는 반대이다.

최근에는 노동시간이 길고 어려운 애널리스트를 하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고, 보상도 예전 같지 않아 리서치센터 진입 후 업종을 바꿔 이직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주니어 레벨의 이직이기 때문에 이직처는 VC, PE, 증권사 PI, 주식 운용사, 증권사 IB, IR, 회사 재무팀, 회사 기획팀 등 다양하다. 가장 주니어의 능력과 fit에 맞는 곳으로 이직을 시도한다. 그점에서는 리서치센터 ra가 유리한 점이 있다. 어쨌든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여의도를 많이 떠났다. 유튜브 촬영 등 리테일 지원과 최근 활황이었던 IB 영업 지원으로 업무강도는 더욱더 쎄졌는데, 연봉은 하향세이기 때문이다. 연봉의 내리막길은 제자리 걸음 중인 한국주식 시장과 가장 연관이 깊다.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은 기관 투자자의 주식 주문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원인은 80년대 초반-중반 생 애널리스트들의 대 약진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사실 처음 애널리스트 데뷔를 하면 헛소리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작은 질문에도 엉터리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은 주니어 애널리스트의 숙명이다. 이때 이미지를 잘 쌓고 실력을 올려 해당 섹터 내에서 시니어 애널리스트와 겨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너무나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탓에, 업계에서는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들어오더라도 낄 자리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경/ 매경 베스트 애널리스트 순위를 보면 수년간 시니어 애널리스트 2-3명이 독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니어 애널리스트를 불러도 펀드매니저가 오히려 가르쳐야 할 판에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해 미숙한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나 키울 의지 자체가 적은 상황이다.

주식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로직에 따라 섹터 배분을 한다. 애널리스트와 주식 펀드매니저 (운용사/ 자문사) 는 서로간에 이직이 잦은 편이다. 2011년 당시 RA들의 평균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하여 4,000-4,500만원 언저리 였다. 리서치센터의 경우 예전에는 외사 서울 지점과 연봉 격차가 압도적이었다. 지금은 격차가 많이 줄어 외사 서울 지점 애널리스트와 국내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연봉 격차는 거의 없어졌다. 단, 외사는 영어 스트레스가 있다. 모닝모팅도 영어로 진행하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 만큼 fluent해야 한다. 리서치센터의 경우 외사 서울지점보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업무강도가 훨씬 세다. 대형증권사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리테일과 IB지원 업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본업 (주식 세일즈) 보다 지원 강도가 훨씬 세다.

섹터에 따라 애널리스트를 배정할 때는 RA 당시 섹터, (산업 출신인경우) 전직장, 전공, 학력, 실력, 정치력 등이 두루 고려 된다. 좋은 섹터 애널리스트를 하기 위한 RA들 간의 정치싸움도 매우 치열하다.

전문적인 산업지식이나 숫자 빼돌리기가 필요한 IT, 반도체의 경우 아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업계 출신을 바로 애널리스트로 데리고 오는 것이 선호되고, 바이오 쪽의 경우 석/ 박사 학위가 중요하게 고려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 섹터는 문과 전공자들이 대다수인 편이다. 현재 업계에서 잘나가는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은 업계가 초호황이던 금융위기 전 2000년대 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당시 애널리스트 연봉은 5억원에 육박하였다. 조금만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2000년대 초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은 5-10억원 까지도 존재했다. 당시 시총이 컸던 섹터는 시니어 애널리스트 2-3명이 담당할 정도로 위상이 드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외사 서울 지점에서는 뽑고 싶은 애널리스트가 영어가 안되면, 번역팀을 붙혀주며 채용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에는 IT, 은행, 통신, 유통업의 위상이 좋았다. 애널리스트의 평균 위상은 섹터 시가총액과 산업의 성장성의 평균에 비례한다. 평균이라 함은 애널리스트 간의 격차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국에 리서치센터 제도가 들어오기 전에는 조사부 라는 이름하에 채용이 이루어졌다. 당시 조사부, 리서치센터 입사자들은 한국 최고 스펙보유자들과 자제들이 대부분이었다. 2-3년을 일해 서울에 집을 사던 시절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위상을 반영하여 리서치센터장이 증권사 사장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증권회사에는 다양한 수익 창출원이 있고, 다양한 부서가 있다. 나는 IB 업계에서 일하면서 주식 유통시장에서만 일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트렌드는 다양한 부서를 거친 임원을 사장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 애널리스트는 노동시간이 다른 증권사 부서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다. 낮에는 세미나, 콜을 하고, 자리에 들어와서는 리포트 작성을 한다. 일부 부지런한 애널리스트는 이동시간에 차에서 노트북으로 리포트 작성을 하고 전화를 돌린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무척 바쁘다. 세미나는 보통 한시간 단위로 하루에 5-6개의 세미나가 있다.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떠들고, 매니저는 질문을 하기 때문에 눈코 틀새 없이 입을 털어야 하는 직업이다. 그렇게 녹초가 되어 5-7시쯤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1-2주에 한번씩 리포트를 밤늦게 까지 작성 한다.

리포트 발간은 의무는 없으나,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1달에 3-4회 정도의 발간은 필연적이다. 섹터 애널리스트 (기업분석)의 리포트는 산업 전망 리포트 (몇십페이지), 기업분석 리포트 (3-10페이지), 분기 실적 프리뷰, 리뷰 (총 30-50페이지), 연간전망 (50-100페이지), 코멘트 (2-3페이지) 로 나눌 수 있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실적 자료 작성은 1-2주간의 늦은 야근을 피할 수 없다. 아이디어가 없고 실력이 안되는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매일 새벽에 퇴근한다고 보면 된다.

NDR행사 (회사를 모시고 기관투자자 설명회를 도는 행사) 라도 있는 날에는 기관과 IR 모시면서 전화도 받고 다음 일정을 차로 이동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회사 IR과의 관계 유지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요즘은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과거에는 한경, 매경 애널리스트 투표 (poll)의 영향력이 지대 했다. 증권사 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가에 폴 등수를 넣는 곳도 있었고, 애널리스트 본인의 위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도 욕심 있는 애널리스트 들은 폴에 여전히 관심을 갖는다. 애널리스트는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주식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세미나를 하고, 전화를 하여 종목에 대한 의견을 설명 (콜) 한다. 이러한 수치들과 정성적인 부분을 집계하여 주식 매니저는 증권사 법인영업 브로커에게 주식 매도/ 매수 주문을 낸다. 증권사는 이렇게 주문을 통한 수수료를 얻는다.

이렇듯 리서치센터는 직접 수익을 내는 부서는 아니지만, 법인영업팀과 연계하여 같이 영업을 다니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다. 정성적인 부분은 법인영업 브로커가 주로 담당한다. 이런 구조에서 애널리스트 및 법인영업 브로커와 주식매니저는 철저한 ‘갑’ - ‘을’ 구조를 형성한다. 나아가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갑 ’- ‘병’ 쯤 된다. 주니어 애널리스트나 RA는 본인 시니어 애널리스트, 주식매니저, 회사에게 ‘정’ 쯤 된다. 을, 병, 정은 퇴근도 무척이나 늦고, 고되고 힘들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