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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야기

증권사의 갑과 을 그리고 영업

by 은빛공원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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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의 예전 사장이셨던 유상호 사장님은 인터뷰에서 회사 인재상은 갑을병 ‘정’이라고 하신 적이 있다.

업계 종사자로 이만큼 증권업의 본질을 잘 표현한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증권사는 백오피스 (총무, 재무, 결제, 인사 등)를 제외하면 모두 영업 부서이다. 미들 (리서치, PBS 등)도 마찬가지이다. 입사하면 빠르면 7년 정도 부터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점을 모르고 입사하면 엄청나게 후회한다.

내가봐온 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1)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 2) 미남/ 미녀, 3) 압도적인 정보력을 가진 사람, 4) 압도적인 자료 퀄리티와 지식 전달력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주는 사람, 5) 물불 가리지 않고 접대를 (골프, 소주 접대 등 분위기를 잘맞추고 눈치가 빨라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 잘하는 사람, 6) 완전 을 마인드 (노예) 등 이다.

증권업은 전문성이 있다. 5년차 내로 본인의 전공을 바꾸지 못하면 이후 일반적으로 전문성을 살릴 기회는 많지 않다. 그 이후 전공을 바꿀 경우 엄청나게 고생해서 겨우 적응 하거나, 대부분은 적응을 못하거나 실적 부진자가 된다. 주니어 때 실무를 익혀야 시니어 때도 살아남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IB가 그렇고, 운용이 그렇다. 주니어 때 실무를 모른다는 것은 단순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을 모른다는 것이다.

운좋게 몇차례 시도만에 취업에 성공하는 지원자들도 있을 것이지만, 무수한 탈락은 취업준비생의 숙명이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현실과 눈높이를 조율하게 되고, 결국은 취업에 골인하게 된다. 어려움 끝에 적절한 자리에 취업을 하느냐 포기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증권사를 포함 금융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미래의 영업력을 간접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얘는 주니어 때는 똘똘할 것 같긴 한데, 나중에 시니어가 되면 회사에 돈을 벌어올 수 있을까? 금융회사에는 누구 아들/딸과 같은 커넥션 입사가 많다. 가난하게 헝그리 하게 영업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수저가 주는 영업력은 절대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IB와 같은 오너/ C-level 영업은 더더욱 그렇다. IB 영업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사의 누구 삼촌이 CFO, CEO, 오너면 어렵다. 이는 중소형사 - 중소/ 중견기업 영업뿐만 아니고 대형사 - 대기업 영업에도 모두 적용된다. (대기업은 기업 대 기업으로 여러 곳의 증권사를 돌려 가며 쓰는 성격이 강하긴 하다)

IB 기업금융 업계는 대놓고 학벌을 본다. 먼저, 기업의 임원들은 대부분 SKY출신이기 때문이다. SKY를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SKY가 연을 대기 유리하다. SKY가 아니라면 해외대의 명성이나 가문의 은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IB 기업금융 업계 학력조사를 하면 50%이상은 SKY출신이다. 대기업을 상대하는 부서 (커버리지)가 특히 그렇다. 결국 RM이 날고 기어도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는 작게는 재무팀장, 크게는 C-level 임원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면 고등학교 학력까지 나오게 된다. 지방 명문고는 이제 옛날 이야기 이고, 요즘은 강남 8학군과 특목고의 싸움이다. 영업에서 학력은 이야기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두번째로는 기업에 보내는 소개 자료나, DM (Discusstion Material), 제안서, IM (Investment Memo)에 증권사 해당 부서 임직원의 학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객사는 지속적으로 C-level 이상이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증권사 임직원의 학력을 별도로 정리하여 관리하고 보고한다. 아무래도 C-level은 고대 보다는 연대 후배에게 딜을 주고 싶다. 후배가 없다면 와서 본인에게 자신 있게 설명하며 큰소리 치던 기타대 출신 증권사 임원에게 딜을 주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교 시절 불성실하던 같은반 친구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다. 학력이 낮으면 아무래도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는 실력으로 이를 극복해낸 사례도 속출한다. 우리는 실력은 학력위에 존재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금융 업계는 기업금융 업계보다는 학력을 덜 본다. 최근에는 부동산 업계가 호황을 맞으며 경력을 가진 사람이 부족해지자 시행사와 건설사 출신들이 증권사로 많이 넘어오며 스펙이 하향평준화 되었다. 부동산금융 업계는 건대 부동산대학원 출신이 SKY 취급을 받는다. 건대 부동산대학원에 입학하면 시행사-건설사-금융사-LP로 짝을 지어 조를 배정해준다. 이들이 부동산 마피아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금융회사 중 증권사 그 중 IB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점을 고려해야한다.

피면접자와 면접관으로 수없이 많은 면접에 들어가보았다. 수많은 면접 과정을 토대로 느낀 것은 면접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자리이다. 스마트함은 늘 언제나 두번째이다. 그런데 이점을 간과하고, 면접 때 똑똑하고 잘남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경우 탈락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취준생 때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어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년차의 직장인이 되어 느끼는 것은 면접은 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자리라는 것이다. 결국은 채용이라는 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것이지, 말 안듣는 고상한 박사님을 채용하는 자리가 아니다. 군대로 생각하면 같이 일할 후임을 뽑는 자리이다. 조금 멍청하더라도 말을 잘 듣는 후임이 너무 똑똑해서 말 안듣고 본인을 위협하는 후임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채용에 임하는 사람은 언제나 이 점을 명심 해야 한다.

면접관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결이 맞는,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다. 면접도 마찬가지 이다. 아무리 내가 우수하더라도 면접관과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본인과 결이 맞는 부서장/ 팀장, 임원, 인사팀, 면접관이어야 다음 기회가 주어지며, 합격에 이르를 수 있다. 나이도 중요하다. 현재 팀의 막내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가 들어올 경우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경력이 없거나 커리어 전환을 하는 선배도 부담스럽다. 이경우 더욱더 적극적으로 인간성와 융화력을 강조해야 한다. 이는 한국 뿐만이 아니고 만국 공통이다.

이번 채용에서는 잘되지 않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고 계속 두드려 보면 길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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