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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야기

증권사와 운용사의 운용이야기

by 은빛공원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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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나는 C증권사 PI부서 (증권사 내 운용부서) 에서 인턴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PI부서에서 상장 주식운용을 지금보다는 많이 하는 추세 였다.

비 업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들 착각하는 것이 운용부서는 순수하게 여러개의 모니터를 가지고 앉아서 운용만 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실제 업계에 진입해보면 운용도 여러 종류가 있다.
주식운용, 비상장주식 운용, Wrap운용, 채권운용, 메자닌운용, 발행어음운용(대형증권사가 발행어음을 이용해 고객들로 부터 모은 돈으로 운용하는 계좌. 대형증권사에는 CMA계좌처럼 약간 고금리의 발행어음계좌가 있음. 주로 안전한 채권을 많이 산다), 헷지운용(롱숏: 주식, 메자닌, 지수, 선물 등), 프로그램매매운용, 퀀트운용, LP(유동성공급 호가) 운용 등 수많은 운용 부서가 있다.

운용부서는 소수 정예로 이루어지며 진입이 어렵다.

증권사/ 운용사를 불문하고 부서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보통 증권사에서는 투자부서를 PI (principle investment)라 부르며 증권사 고유 자금 (증권사의 돈) 운용을 하는 부서이다. 이 PI에서 위의 것들 중 어떤 운용을 하느냐는 회사마다 다르다. 보통의 PI들은 주식, 메자닌, 채권, 비상장주식을 많이 담긴 한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상장 (유통)주식 운용은 리스크가 너무 높은 관계로 많이 사라졌다. 이 자리를 IPO 열풍에 따라 공모주 펀드가 흥행하며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규제가 덜 했던 상장 메자닌 시장도 지난 수년간은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다.

상기 부서이름은 회사마다 제각각 이며, 투자 대상도 크게 차이가 있고, 하는 역할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증권사 PI 중에서도 LP출자를 하는 곳이 있다. 실제 업계에 진입해보면 주식운용도 영업부서이다. 정보를 얻고 피어들의 매매 종목과 매매 금액을 파악하여 다같이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우리는 못받은 딜을 어디 IB한테 받았는지부터 어디 증권사의 누가 영업을 잘하고 키맨인지, 어떤 LP가 GP에게 후하게 투자를 해주는지, 어떤 딜이 시장에서 돌아가는지, 누가 누구와 친한지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정보이다.

M&A처럼 극비에 진행되는 딜도 많다. 때로는 상대를 망치기위해 정보를 언론에 흘리기도 한다. 시니어 레벨에서 증권과 운용업은 100% 사람 장사이다. 영업을 잘하고 좋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실력자이다. 모두가 욕심쟁이고 잘하고 싶어하기에 영업은 어렵다. 시니어 레벨로 올라갈 수록 평판은 누적되며, 영업 압박은 심해진다. 작은 곳에 다닐 수록 정치싸움은 약해지고 숫자로 승부하게 된다. 작은 곳일 수록 실적을 못내면 결국 집에 가야한다. 비상장 투자를 하는쪽은 더하다.

VC (Venture Capital), PE, 증권사 내 비상장 투자 기능이 있는 PI, 신기사 (신기술사업금융), 일부 운용사는 다같이 투자하거나 다같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VC에서는 섹터별 대장 형님이 계신다. 바이오는 ## 심사역, IT는 ## 심사역.. 이들은 박사 학위 소지자로 해당 섹터 업계 출신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전문적인 분석 의견을 필두로 패밀리는 집단으로 투자를 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VC 업계는 철저히 패밀리 싸움이다. 회사로부터 투자 룸을 200개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억을 개로 표현한다) 를 받더라도 VC 업계는 리스크 관리와 평판 관리 차원에서 패밀리에게 룸을 열어줘 여러 VC가 다같이 분산투자 하는 문화가 있다. 이를 업계에서는 ‘클럽딜’ 이라고 한다.

VC에서는 나이 별 모임도 있다. 83 VC모임, 85 VC모임. 이중에서는 누가 대장이고, 누가 누구 아들이고, 누가 박사고, 누가 인맥왕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VC는 철저히 트렉레코드 싸움이다. 30대 후반까지 exit한 딜이 없다면 업계를 떠나야 한다. 투자자 (buy side)는 증권사 (sell side)에 영업을 하기도 받기도 하는데, 갑/ 을은 본인 롤에 따라 다르며 명확하지 않다. 가령 증권사 IB (sell side)에서 좋은 딜을 배분해서 줘야하는 경우 투자자는 을이 되기도 한다.

투자자들도 크게는 성격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1) LP (연기금, 캐피탈, 보험사, 저축은행, 은행) 는 GP나 Sell side 누구에게나 갑이다.
2) GP (LP의 돈을 받아 투자하는 PE, 운용사, 신기사 등 성과보수 및 운용보수를 받는 곳) 는 Sell side에게는 갑일때도 을일때도 있으나, LP에게는 정이다.

가장 큰 오해는 증권사 = 을, 운용사 = 갑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상황과 롤에 따라 갑과 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주식운용 buy side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및 법인영업에게 갑이다. 그러나 증권사 IB는 운용사 buy side에게 때로는 갑이기도 하다. 대형 GP는 LP 영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사내에 두고 있다. 단, 증권사 IB는 딜을 주는 기업을 상대로는 정에 가깝다.

GP는 돈을 받을 때도(LP) 쏠때도 (IB, 회사) 있지만, IB는 왠만해서는 돈을 쏘기가 어렵다. 투자 기회가 생겨도 옆에 있는 투자부서에 소개를 해주며, 이에 따른 운용수익은 투자부서의 몫으로 귀결될 뿐이다. 작년 5월 부터 IB부서에서도 돈을 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럼에도 내부 정치이슈로 (PI의 존재이유) IB 부서가 직접 돈을 쏘기는 여전히 어렵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운용업은 화려해보이는 삶과 달리 고되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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